진성의 ‘보릿고개’, 부모 세대의 아픔을 노래하다

트로트에는 들으면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노래도 있지만,
부르다 보면 옛날 생각이 나고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지는 노래도 있다.
가수 진성의 ‘보릿고개’가 나에게는 그런 노래다.
나는 어린 시절 어른들로부터 보릿고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다행히 우리 집은 시골에 논이 있었고,
친척들이 농사를 지어 쌀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보릿고개를 직접 겪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시 많은 사람이 먹을 것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는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먹을 것이 부족해 끼니를 걱정하는 일이 흔하지 않지만,
우리 부모 세대와 할아버지 세대가 살아온 시절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그래서인지 진성의 ‘보릿고개’를 들으면
단순히 옛날의 가난을 노래한 곡이라는 생각을 넘어,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어른들에게 들었던 보릿고개 이야기
어린 시절 내가 들었던 보릿고개 이야기는 주로 어른들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지난가을에 거둔 곡식이 떨어지고
새로 심은 보리가 익기 전까지 먹을 것이 부족해지는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보릿고개는 농사를 지어도 식량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많은 사람이 봄철에 겪었던 어려움을 가리킨다.
지금처럼 언제든 쌀이나 식료품을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으니,
집에 먹을 것이 떨어지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시절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다.
우리 집은 시골에 논이 있었고,
친척들이 농사지은 쌀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적어도 먹을 것이 없어 고생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고 해서 그 시절의 고통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변에는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어른들이 들려주던 이야기를 통해 나는 보릿고개가 단순한 옛말이 아니라
실제로 많은 사람의 삶을 힘들게 했던 시절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 세대가 겪었던 더 어려운 시절
보릿고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할아버지 세대가 살았던 시절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 할아버지 세대는 일제병탄기를 겪었다.
당시 식민지 한국에서는 쌀을 비롯한 농산물이 일본으로 반출되었고,
전쟁이 확대되면서 식량 통제와 공출도 강화되었다.
농사를 지으면서도 정작 자신과 가족이 먹을 식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지역과 가정의 형편에 따라 사정은 달랐겠지만,
식민지 지배와 전시 식량 수탈이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은 역사적으로 살펴볼 만한 사실이다.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 들었던 보릿고개 이야기를 떠올리면,
그 시절에는 단순히 가난해서 힘들었던 것만은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가족이 먹을 양식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었고,
자식에게 배불리 먹이고 싶은 부모의 마음도 현실 앞에서 무너질 때가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밥 한 공기를 먹으면서도
쌀이 부족하다는 걱정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보다 앞선 세대에게는 매일 먹는 밥 한 끼가 절실한 문제였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도 결코 당연한 것만은 아니다.
앞선 세대가 겪었던 고생과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생활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부부가 차 안에서 함께 부르는 노래
재미있는 것은 내가 보릿고개를 직접 겪어 보지 않았으면서도
이 노래를 꽤 즐겨 부른다는 사실이다.
우리 부부는 시골에 갈 때 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곤 한다.
운전하다가 졸리거나 길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면 서로 아는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낸다.
그럴 때 즐겨 부르는 노래 중 하나가 바로 진성의 ‘보릿고개’다.
노래를 부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사에 담긴 시절과 사람들이 떠오른다.
직접 배고픔을 겪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른들에게 들었던 이야기와 우리가 살아오면서 보아 온 부모 세대의 삶이 노래와 겹쳐진다.
어쩌면 우리가 이 노래를 즐겨 부르는 것도
그저 멜로디가 좋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노래 속에 담긴 부모 세대의 어려움과 자식들을 향한 마음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부부 역시 각자의 부모님을 통해 한 세대 앞선 사람들의 삶을 보며 자랐다.
부모님이 어떤 마음으로 자식을 키웠는지,
가족을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를 감당했는지는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차 안에서 부르는 노래 한 곡이지만,
그 노래를 통해 지나온 세월과 부모님 세대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보릿고개’는 우리 부부에게 단순한 유행가 이상의 의미를 지닌 노래라고 할 수 있다.

노래가 전하는 부모의 마음과 세대의 기억
진성의 ‘보릿고개’는 가난했던 시절의 기억과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의 아픔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다.
진성이 직접 노랫말을 쓰고 김도일이 곡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진성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 노래가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보릿고개라는 역사적 상황을 이야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에 부모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배고픔보다 자식의 배고픔이었을 것이다.
아이에게 넉넉하게 먹이지 못하는 안타까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생활을 해 주고 싶은 마음은 시대가 달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노래를 듣는 사람마다 떠올리는 기억은 다를 것이다.
보릿고개를 직접 겪은 사람에게는 힘들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일 수 있고,
나처럼 그 시절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어른들에게 들었던 이야기와 부모님 세대의 고생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나는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역사도 다음 세대에 전해 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부모님과 할아버지 세대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 기억하고,
그분들이 감당했던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면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한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노래와 이야기를 통해 그 시절의 기억은 다음 세대에도 전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릿고개’는 우리 가요가 지닌 또 하나의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 싶다.
마무리하며
나는 보릿고개를 직접 겪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 들었던 이야기와 부모님 세대가 살아온 삶을 생각하면,
그 시절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조금이나마 짐작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우리 부부가 시골로 가는 차 안에서 ‘보릿고개’를 함께 부를 때면
노래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졸음을 쫓고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부르는 노래이지만,
그 속에는 앞선 세대의 고생과 가족을 향한 마음에 대한 생각도 함께 담겨 있다.
노래 한 곡이 모든 역사를 설명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때로는 노래 한 곡이
긴 역사책보다 더 쉽게 우리의 마음을 과거로 데려가기도 한다.
진성의 ‘보릿고개’가 나에게는 그런 노래다.
직접 겪지 않은 시절을 기억하게 하고, 부모님 세대의 삶을 돌아보게 하며,
오늘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까지 생각하게 한다.
오늘도 이 노래를 들으며 부모님 세대가 살아온 삶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우리보다 앞서 살아온 분들의 수고와 희생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보답이 아닐까 생각한다.